(BBS, 25.10.24)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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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5-10-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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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얼마 전,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조사 결과, 증도가자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다시 열린 만큼 증도가자의 불교문화재적 가치와 함께, 진위 논란의 쟁점을 이연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터 】
13세기 초 고려시대, 송나라 남명선사 법천이 펴낸 불경 '남명천화상송증도가'.
한국불교의 대표 선승인 성철스님이 이 책을 접한 이후 출가를 결심했다는 일화도 있을 만큼, 증도가는 불교 수행의 교본으로 통합니다.
이 책을 찍어내는 데 쓰였다고 알려진 금속활자가 발견돼 주목받았는데 바로 '증도가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앞서 만들어진 활자인 셈입니다.
[김종춘/다보성갤러리 회장] "완전히 불교 서적이죠. 고려시대에는 정치를 불교에서 했잖아요. 이게 핵심 자료라고 보면 돼요."
증도가자는 글자 하나하나 힘이 더해진 듯한 탄력 있고 정교한 필체가 특징인데,
1234년 고금상정예문, 1241년 동국이상국집 등 고려 시대 주요 문헌들을 인쇄하는 데도 쓰였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유산으로서 공인받지 못한 상황.
관건은 출처와 소유 경위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렸습니다.
앞서 증도가자를 3D프린터로 복제해 조판 분석을 진행한 결과, 목판본과 증도가자의 서체의 일치율이 약 7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계에서는 당시 결과를 두고, 목판본이 일부 파손된 상황에서도 70% 넘게 일치한 건 상당히 유의미한 수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증도가자의 국가유산 심의 과정에서 통계분석의 일부 내용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감사원 발표 내용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남권희/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 "우리 연구자들은 그것만 보면 이거야말로 더 확실한 건데 본인들이 다 조사를 해 놓고도 결론을 엉뚱한 걸로 냈다는 거죠."
다만 증도가자에 잔류한 먹으로 탄소연대를 분석한 결과 고려시대 진본임을 확인한 것을 두고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는 만큼,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진위 확인의 범위를 정하는 것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입니다.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직지심체요절의 사례처럼, 최초 발굴 장소나 초기 소장자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는데, 유독 증도가자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종춘/다보성갤러리 회장] "이거(증도가자)는 직지보다도 138년에 앞선 거고 직지는 지금 불 나서 서지 책만 한 권 있고, 실체가 없고, 증도가는 현재 '활자'예요..."
이밖에 당시 위원회가 증도가자와 관련된 청동수반, 초두를 함께 제출하는 문제를 놓고도 "과도한 요구"라는 주장과 "필요한 사항"이라는 주장이 맞붙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허민/국가유산청장]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겠습니다."
증도가자의 진위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과학적 증거와 투명한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BBS뉴스 이연서입니다.